이종원 / Primitive structures
@weonrhee

TITLE: Primitive structures
MATERIAL: PSL(패러램)

가구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참여할 일이 있어, 경기도 모처의 폐업한 카페에 들른 적이 있다. 카페는 철거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의자를 챙긴 후 철거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페의 인테리어 구조재로 사용된 수많은 재료(미송, 합판판넬 등)가 부서져 마대자루에 담기는 것을 보며 묘한 기분을 받았고, 그 관찰 과정 속에서 패러램을 만났다. 패러램이 주는 시각적 강렬함에 이끌려 철거반장에게 이것도 버리는 것이냐 질문했고, "이걸 가져다 어디 쓸려고 그러느냐? 이런 건 재활용도 안된다. 의자나 테이블 가지러 왔으면 저기 저분이랑 이야기하라" 라며 핀잔을 받았지만, 결국 차후 책임을 묻지않는 조건으로 가져왔다. 그 당시부터 작년 10월즈음까지의 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얻게 된 '작가'라는 타이틀이 버거웠고, 작업적 슬럼프에 빠져, 긴 시간 창작을 멀리했다. 이런 부담감 속에서 당시에는 단순하게 시각적 강렬함에 이끌려 언젠가는 사용해봐야지 하고 보관해두었던 패러램은 디자이너로서 (혹은 작가로서) 세상에 가치있는 변화를 자아내고 싶고,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적 제안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 다시금 다가와, "너는 날 가치있게 활용해 줄 수 있겠냐?" 고 묻는 듯 했다. 그리고 나라는 자아가 소재가 가진 이야기와 시각적인 자극에 원초적으로 이끌렸던 이유를 환기해주며 나에게 다시 창작을 지속할 힘을 끌어냈다. 패러램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시각적인 자극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나는 그간 (소위 말하는)작가적 페르소나로 점철된 나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어릴 떄 부터 갖고 있던 발굴자, 연구자적 기질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창작활동을 해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자 했다. 이 과정 속에서 소재에 대한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하였고, 패러램이 소프트우드(침엽수계열의 목재) 중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벌목과정에서 나온 CHIP OF WOOD, 소프트우드 PANEL)이 고열, 고압의 압착 공정을 거쳐 다시 탄생하는 Re:cycle의 의제를 갖고 있는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를 통해 얻어낸 결과를 바탕으로, 나는 Recycle에 Re를 더해 Re;Recycle이란 의제를 제안하려 했다. 특히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목재 구조물들이 오브제로서 활용되는 방식에 대한 접근의 시작을 패러램을 통해 제안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제안에서 끝난다면 시장에 나와있는 많은 그린워싱 제품들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속적인 쓰임과 유통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보았고, 이를 가능케 하려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마감에 대한 부분, 새롭고 좋은 시각적 자극을 유발해 거래되고, 소유하고 싶어지는 부분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재가 주는 강렬한 원시성을 어떤 조형과 이야기에 담아내야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고, 형태적 모티프로 거석문화를 차용해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Primiitve structures는 이런 고민이 응집된 일련의 작업 중 첫번째 작업으로서 아직 어디에도 소개하지 않은 첫 작업물이다. 스스로를 발굴자(ps.작가, 디자이너, 공예가, 장인도 아닌 다른 표현방식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했다.)로 간주하니 그 동안 보이지 않던 많은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자세로 앞으로 이어질 작업들에서도 앞서 이야기한 의제에 대한 무게감과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치지 않고 발전시켜 나가서, 세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자 하고자 한다. 감사합니다.

Q>>> 가구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 지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부터 그리는 행위보다는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더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전공 선택과정에서 자연스레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그것이 이어져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원동력은 앞서 말씀드린 무언가를 직접만들어내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에서 큰 영향을 받기에 이를 통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업 이야기(혹은 철학)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것들이 작업에 어떻게 작동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저를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이 큰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알렝 드 보통이 불안에 대해 정의한 것과 비슷한 태도로, 구성원들이 이런 불안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서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의 대부분은 그때마다 제가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하는 불안에 대한 해결책을 담은 것들이 많습니다. 현재 제안한 작업인 primitive structures 도 잦은 인테리어로 발생하는 목재 부산물에 대한 디자이너로서 제 불안과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불안에서 부터 시작한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개인적으로 이런 불안의 정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작업의 과정에 있어서도,  불안의 정도가 높은 창작자들이 작업에 있어 몰입적이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지는 것처럼 작업의 전과정에서 불안을 인지하고 불안이 만들어내는 성향을 활용하곤 합니다. 

Q>>> 소위 말하는 좋은 디자인, 성공적인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스스로 이 요소를 개인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말을 인용하여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무리해서 시대의 의제를 담고, 성공을 위한 이미지를 쫓아가다 보면 이미지소비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지쳐 창작의 동력을 잃게되고, 평생 지속할 작업의 심지가 모두 타버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세계를 제안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개인성을 키우기 위하여, 디자이너와 작가는 늘 사회 다방면에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갖고 직접 발로 뛰어 마주하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인에서 형태적인 것과 기능의 균형을 맞추는 작가님만의 방법-과정이 있나요?

A>>> 이 부분은 아직 어려워, 공부중입니다. 다만 작업의 마지막 과정을 제외하고 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문하는 편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기능에 반하고, 완성도에 반하는 것들을 스스로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덜어냅니다. 

Q>>> 스케치서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작가님만의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A>>> 제 개인성을 믿고, 제가 흥미를 가진 조형과 재료를 시작으로 작업에 몰입합니다. 
재료에 흥미를 갖고 진행하는 쪽이나, 조형에 흥미를 갖고 진행하는 쪽이나 과정은 동일합니다.

재료에 흥미를 가져 시작하는 과정을 예로들어 설명드리자면, 우선 재료를 놓고 마인드맵을 그리며 전방위적으로 재료를 분석합니다. 시각적인 특징이나 재료의 제조공정, 이 재료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재료등 여러가지를 흩뿌려 놓습니다. 
그 중 비논리적이고 새롭지 않은(기존 이미지의 재생산에 해당하는 것)것을 모두 제외하고,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여 나오는 키워드들을 정리하여 시각화합니다. 
이 과정부터 목업과 샘플링이 더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미처 보지못했던 것들이 다시금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키워드가 정리되면 진화심리학적 관점, 색채심리학적인 관점등 개인성에 기반하여 흥미를 갖고 공부했던 관점을 동원하여 왜? 이런 형태나 컬러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이유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키워드가 제외됩니다. 
그리고 스케치단계에 이르러서는 직접 만드는 과정을 대비하여, 다시 재료의 규격이나, 수급, 가공방식, 단가등에 집중하여 다시한번 생각을 덜어냅니다. 이 과정에서는 주변인들의 관점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스케치단계가 지나고 제작전에 이르러서는 5:1 크기의 목업을 계속해서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스케치단계로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제작에 이르러서 보통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더라도 문제가 우후죽순일어나기 때문에 제 순발력을 신뢰하고, 개인성을 더 본능적으로 사용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 생각엔 부자연스러움이 많이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Q>>> 작업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A>>> 학생때부터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싫어했기에, 더 고집스럽게 다른 것을 추구했지만 작업의 양이 어느정도 쌓이고 나서, 맥시멀하다라고 평가받을 줄 알았던 제 포트폴리오가 "모던하고 건축적이다" 라는 평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이 때부터 개인성에 대한 인지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어떤 재료를 선호하시나요? 요즘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재료가 있나요?

A>>> 목공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재료는 목재입니다. 그리고 요즘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재료는 역시 패러램(PSL)입니다. 대체로 정형적인 형태안에 비정형적인 패턴을 지니는 재료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패턴이 강한 재료는 보통 사용이 어려워, 다른 작가나 디자이너분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제가 새로이 뭔가를 시도하기에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은 어떤 공간에 어울릴 것 같나요?

A>>> 프리드만벤다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Chris schanck 는 디자인붐과의 인터뷰이서 디트로이트의 보테가베네타 매장에 자신의 디자인제품을 제안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환기했고 이런 매장들이 지역의 미술관의 역할도 겸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영향력으로 자신도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도 이 의견과 비슷하게, 제 작업들이 일종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허브 역할을 하는 공간들에 배치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단순한 판매전략으로 삼는 것 이상의 가치를 사회에 제안하는 기업의 메인 컬러(시각적 이미지)를 작업의 개인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제안하려 합니다.

Q>>> 요즘 생산되는 가구들의 트랜드와 기술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A>>> 더욱 더 대두되어가는 환경문제로 인해, 지속가능성이란 의제는 이제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가 되었기에 지속가능성을 담아낸 디자인이 주된 경향이라 보고 있습니다. 기술에 있어선, ai를 기반으로 한 반응형 모델이 가구와 결합되는 형태로 계속해서 발전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외에 제가 종사하는 분야에서는 유럽의 젊은 디자이너들 중심으로 context 보다는 조형적인 강렬함을 제안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가구 디자인계는 공예디자인의 성격을 띄지만 우리 주거모델에 맞는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생각합니다. 

Q>>> 가구 디자인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고, 그 미래에 작가님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나요?

A>>>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 삶의 다양한 불안을 인지하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활동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실용가구디자인의 미래는 더더욱 기술의 발달과 결부되어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시대에, 시각적인 표현을 통해 다양한 의제를 가진 가구를 제안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괴로운 일이지만, 제가 디자인한 가구가 아티스트, 창작자들의 허브가 될 수 있는 공간에 놓여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킨다면 이런 괴로움을 상쇄할 수 있을만큼 큰 행복이 될 것 같습니다. 

Q>>>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나요? 

A>>> 한국인으로서 자라나며 체득한 개인성이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들면 이번 작업에서 모티프로 삼아 발전 중인 고인돌, 산지가 국토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점이 있겠고, 창작의 세계에서도 강렬하게 나타나는 경쟁문화도 디자인에 큰 일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디자인 성향이라는 것이 아직 명확히 정의되어있지 않아, 저보다 훨씬 더 많은 배움을 가진 선배들께 여쭤봐도 대부분 '혼돈' 이라는 단어로 일축하는 만큼 제가 이해하기에 한국의 디자인씬의 발전속도와 양상은 매우 난해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은 현재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고, 세계로 진출한 이름있는 디자이너들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혼돈'이라 하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이 우리 문화에서 비롯되고, 지역을 넘어서 세계를 반영하고 성장하는 부분이 분명있다고 봅니다.

Q>>> 동시대 작가로서 어떤 전통이나 미학을 현대적인 작업에 스며들게하고, 가치를 부여하나요?

A>>> 미학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접근방식에 기조를 두고 있습니다. 전통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드린 것과 동일하게, 개인성에 근거하여 그 때마다 적합한 내용들을 가져오는 편이고, 또한 전통을 대할 때 담겨있는 이야기에 먼저 흥미를 가지기 보다는 전통적이라 불리는 조형적 특징에 매료되는 편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