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ide of Vintage
written by Jo Young Min
guvs에서 일하게 된 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대표님 두 분이 미국에서 정성스럽게 선택해 보내주신 가구, 또 소소히 들어오는 위탁 가구, 수리를 위해 매장을 다시 찾은 가구등 저마다 각자의 행로로 오게 되는 가구들을 만나면서 생긴 저만의 습관도 생겼습니다.
각 빈티지 가구의 sign을 찾아내기.
guvs에 한데 모인 가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 저와 가구 간의 대화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어린 시절 누군가가 숨겨놓은 미션의 단서를 찾듯이 가구가 살아온 세월과 이야기를 더 체감하고 싶어 나름의 미션지를 찾아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미션지는 택, 마크, 누군가의 싸인과 낙서, 또는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가구의 이미지 등 다양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찾을 때마다 제가 촬영해 놓은 소중한 미션지를 여러분들께 공유합니다.
수리 대기 중인 Arne Jacobsen의 Seven Chair입니다.
다리와 시트 부분이 따로 오는 경우도 있고, 세월감에 나사가 풀려 흔들릴 때도 있어 필요에 따라 다리 부분을 직접 설치하기도 하고, 수리가 가능한 부분은 저희 스텝들이 수리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본래 여자 화장실로 이용되었지만 매장의 비품들과 하드웨어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지금은 창고가 된 화장실의 세면대 부분에 엔트 체어의 엉덩이 부분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어 포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엉덩이 부분의 동그란 나사 결합 부분과 희미하게 적혀있는 H.S가 어떤 싸인인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로 가구의 뒷면이나 밑면을 보면 가구의 사적인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구의 제작연도가 오래되었을수록 사용자가 많이 거쳐졌거나, 또는 한 사용자 공간에 붙어 지낸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들의 사적인 모습들을 발견하기 쉬워집니다.
flint & horner사에서 나온 mid century secretary 캐비닛의 뒷모습입니다.
저 싸인은 보통 몇 개의 가구를 제조했는지, 그리고 그중 몇 번째 출고된 가구인지를 표시하는 싸인인데요.
대량 생산의 시대로 올 수록 싸인이 없을 수도 있고, 있다면 잘 안 보이는 곳에 도장이나 인쇄로 택에 같이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친구의 흔적을 남겨준 세심한 마음이 러프한 글씨체와 맞물려서 더 실감 나게 표현되어 멋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garrett tubular사에서 만들어진 harco의 MCM Industrial table입니다.
harco의 제품들은 보통 건축 제도용 가구들을 많이 제작하는데 이 테이블도 높이 조절이 자유롭고, 테이블의 높이가 높은 것으로 보아 도면용 테이블로 사용되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나이에 맞게 잘 에이징 된 철제 프레임에 매혹되어 출근만 하면 이 테이블의 이면 저면을 훑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워질 듯 희미해진 garrett tubular product사의 회사 로고가 찍혀있고, 그보단 선명하게 누군가가 적은 shprk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어떤 의도로 어떤 의미인지 모를 문구이지만 이 문구를 발견하였을 때 저도 어릴 적 제 방 책상 아래에 제 이름을 크게 적어놓았던 기억이 나 어떤 주인을 만날까 더 애착이 가는 가구였습니다. 오랜만에 사진을 찾다 다시 만나게 되어 저도 새삼 반갑네요!
Maurice Burke가 디자인한 tulip table입니다.
Burke는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guvs에서는 자주 소개되는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Burke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Eero saarinen의 tulip 시리즈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의 특유의 재치로 디테일한 부분을 형태적으로 완전히 틀어버려 디자인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저희 guvs의 무드와 비슷해 자주 소개가 되는 것 같습니다.ㅎㅎ
의자는 종종 소개되지만 테이블은 처음 만나는 거라 반가우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사진 속의 Maurice Burke tulip table은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던 가구였습니다.
그랬기에 저희 스텝들이 좀 더 자주 들여다보는 가구였는데, 이 테이블의 진가는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앞모습에 비해 그동안의 세월감을 느낄 수 있는 잔흠집와 피스 구멍, 다리의 결합 부분의 흔적이 아주 고스란히 전달되어 엄청난 반전 매력을 지니고 있는 테이블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Burke tulip table의 뒷면을 보고 있으면 별들이 모여있는 우주와 같이 보여서 저는 tulip table의 뒷모습을 참 좋아했습니다.
마지막 판매가 되는 순간까지 시원섭섭함이 들었던 첫 가구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가장 최근까지 저희와 함께 있었던 Herman Miller의 EA 118 Aluminum Group Office Chair입니다.
이 친구를 소개할 당시 "미국의 오래된 호텔 한구석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라고 표현을 했었는데 최근 생산되는 Herman Miller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오묘한 패턴의 패턴이 정말 매력적인 체어입니다.
90년대에 제작된 EA 118 Aluminum Group Office Chair는 패브릭만으로도 나타내는 아이덴티티가 조용하지만 묵직한 체어였습니다.
구매자분도 차분하면서 본인의 바이브가 확실한 분이셨는데 본인과 나이가 같아 정말 인연이라며 행복하게 구매하셨던 체어였습니다.
본인의 바이브와 맞는 체어가 알고 보니 본인과 비슷한 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건 당연할 수 있지만 한번 더 체감하고 나면 새롭고 기분 좋은 일이 되는구나 싶어요.
1930년대에 제작된 Gilbert Rohde의 Herman Miller Cabinet입니다.
1945년부터 활발하게 활동했었던 George Nelson 시대 이전, 허먼밀러의 디자이너였던 Gilbert Rohge의 Herman Miller Cabinet입니다.
본래 오피스에서 저희 스텝들이 사용했는데, 오피스를 정리하게 되면서 더 좋은 주인을 찾아주자며 매장으로 나오게 된 친구입니다.
하나는 저희의 오래된 단골손님이 구매해 주셨고, 하나는 작성자인 제가 구매를 하였습니다.
첫눈에 끌리는 이미지의 가구는 아니지만, 저도 일하는 동안 오피스를 들락날락하며 어느 순간 Gilbert Rohge의 캐비닛에 스며들었나 봅니다.
판매를 위해 매장으로 옮겨졌을 때 섭섭하고, 아쉽고, 판매되면 다시 못 보겠지..라는 생각에 출근하자마자 팔렸을까 확인하고, 아직 팔리지 않았구나 안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21세기에 생산되는 세련된 허먼밀러의 안 쇄 마크가 아닌 다 찢어지고 타카로 무심하게 박혀있는 종이 택, 그리고 사용하게 될 사용자를 위해 남겨둔 to._ 비워둔 공간까지. 오래되어 모서리가 마모되고 나무가 좀 까지기는 했지만 그런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기도 해서 제가 결국 구매를 했습니다.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입장이지만 저와 인연이 될 가구를 만나는 것도 제가 일하면서 기대되는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비워져 있는 저 to._ 에 작게 날짜를 적을지.. 저의 이름을 적을지. 또는 남겨둘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공간에 배치를 해두고 이리저리 이 가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려고요. ㅎㅎ
The udell works에서 나온 Oak Sectional Bookcase입니다.
손잡이도 없고, 긁힘도 심하고 이리저리 까진 부분을 보고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건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의 제작연도를 알고 난 후엔 이 가구의 모습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1890년대에 설립된 The udell works사의 Oak Sectional Bookcase는 1910년도에 제작이 되었거든요.
제작연도를 알기 전부터 이 캐비닛이 가지고 있는 깊이에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 저는 이번 컨테이너에서 소개된 가구 중 가장 멋스럽다고 느꼈습니다.
The udell works의 Oak Sectional Bookcase는 매장에서 직접 보실 수 있고, 개인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진 주인이 데려갈지 가장 궁금한 가구입니다.
매장에 방문하시는 고객님들은 가구가 주는 편안함과 담담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깊이를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빈티지 가구의 매력은 가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사용자의 이야기가 서로 소통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나의 소중한 공간을 지켜주려면 자격이 충분한지 따질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빈티지 가구는 가구가 가지고 있는 기능성이라는 특성 외에도 세월이 지나면서 생기는 흔적들이 사용자의 성격과 취향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또 다른 중요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만큼 같이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여기면 나와 인연인 가구들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같은 회사여도 제조 연도에 따라 마크와 택이 다르고, 어떤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보면 가구의 디테일이 달라지고, 사용자가 사용했던 흔적에 따라 주름이 생기듯 가구에도 각자의 표정이 생긴다는 게 빈티지 가구의 미션지를 찾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guvs에서 가구를 구매하시거나, 이미 빈티지 가구를 가지고 계시다면 소유 중인 가구의 표정을 확인해 보는 것도 참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확신해요.